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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마노아마노의 언론보도 게시판입니다.

[스포츠Q][음악과예술](6) 소프라노 김은경, 2018.02.09 19:18

[200자 Tip!] 여성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성역(聲域)인 소프라노는 ‘오페라의 간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알토, 테너, 베이스 등 다른 성부(聲部)에 비해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소프라노 김은경은 특유의 호소력 있고 강렬한 인상의 목소리로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브레시아 지역신문으로부터 ‘정확한 피치를 구사하는 아시아의 진정한 스타’란 찬사를 받은 인물이다.

[스포츠Q(큐) 김윤정 기자]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목소리가 있다. 따라서 성악가들의 성부는 본인의 목소리가 낼 수 있는 특유의 ‘빛깔’을 통해 나눠지는 경우가 많다. 김은경의 목소리는 우리나라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소프라노 조수미와 비교할 때보다 두껍고 낮은 ‘빛깔’을 띤다. 깊이 있는 보이스와 소프라노만이 갖는 화사한 음색으로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노래한 김은경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유니버설뮤직에서 만났다.  

▲ 소프라노 김은경 [사진 = ‘(주)유니버설뮤직’ 제공]

◆ “정규앨범 ‘아름다운 시절’, 아버지 따라 노래 부르던 어린 시절 감정 담았다”

지난 9일 김은경의 정규앨범 ‘아름다운 시절’이 발매됐다. 이번 앨범은 2012년에 발매된 1집 ‘The Letter(편지)’ 이후 약 2년만이다. 한국 가곡들로 구성했던 정통 성악 클래식 앨범이었던 ‘The Letter’와 달리, ‘아름다운 시절’은 ‘매기의 추억’,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 등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외국 가곡들로 구성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김은경이 어린 시절 흥얼거렸던 노래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걸린 이유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처음엔 성악 버전으로 녹음을 하다가 ‘대중들이 너무 식상해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의 기획의도를 생각해 보면서 어린 시절 노래를 부르던 때를 떠올렸죠. 너무 잘 부르려고 하지 말고 어릴 때 불렀던 그 감정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녹음을 다시 한 것도 있고, 선곡도 조금 오래 걸렸어요.”

‘아름다운 시절’에는 누구에게나 가장 찬란하고 눈부셨던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익숙한 노래들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한번쯤 불러줬을 만한 곡들을 담았다. 김은경 스스로 ‘추억의 노래상자’라고 표현한 이번 앨범에는 그의 어린 시절의 감성이 듬뿍 담겨 있다.  

“제가 딸이 다섯인 집에 넷째로 태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뭘 해도 눈에 안 띄었죠.(웃음) 어린 시절, 엄마에게 이유 없이 혼나고 나면 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 집에 들어가 자곤 했어요. 그러면 아버지가 항상 저를 안고 나오셨죠.”  

“그리곤 ‘내 사랑아, 내 사랑아’하시면서 ‘클레멘타인’을 불러주시거나 저 혼자 맛있는 걸 사주셨어요. 그때 느꼈던 아버지의 ‘큰손’이 지금은 굉장히 그리워요. 성인이 된 제가 다시 그때의 노래를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당시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거죠. 들으시는 분들도 제 음악이 타임머신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요.”

▲ 소프라노 김은경의 정규앨범 ‘아름다운 시절’ [사진 = ‘(주)유니버설뮤직’ 제공]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쪽에 묻어줘’(‘아름다운 시절’에 수록된 ‘클레멘타인’ 3절 가사 중 일부).

어린 시절 김은경은 실향민이던 아버지가 부르던 ‘클레멘타인’을 생각 없이 흥얼거렸다. 그러나 죽는 아이들이 많았던 당시, ‘클레멘타인’이 전하던 메시지는 어린 김은경의 생각보다 더욱 의미 깊었다는 걸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가사가 없는 3절은 옛날 기억을 떠올려서 썼어요. 아이 잃은 슬픔을 노래로 불렀을 때 그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요. 근데 저는 그걸 모르고 그냥 따라 부른 거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그런 정서를 담기 위해 일부러 비발성으로 노래한 것도 많아요.”  

김은경은 대중에게 이런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가사 복원에 많은 신경을 썼다. ‘The Water Is Wide’만을 제외한 모든 곡들을 한국어 가사로 옮겼으며, 사람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보통 키로 낮춰 녹음했다. 특히 대부분의 곡들을 재즈풍으로 편곡한 이유 또한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클래식 음악의 고집스러움 때문에 본의 아니게 좋은 음악임에도 외면을 받는 게 안타까웠어요. 음악의 가치가 왜곡되고 또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클래식 음악도 굉장히 유연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감과 소통의 개념이죠. 옛것에서 조금 더 새롭고 세련되고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것. 어떻게 보면 융복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 앨범을 통해 자기 자신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기억하고, 에너지가 생기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이 주는 위안, 기쁨, 추억, 이런 걸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소프라노 김은경의 정규 앨범 ‘아름다운 시절’ 트랙리스트>
  1. 할아버지의 시계 (3:39) 2. 안녕 친구여 (3:42) 3.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 (3:49) 4. 애니 로리(Annie Laurie) (4:02) 5.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 (3:47) 6. The Water Is Wide (3:45) 7. 산골짜기 등불 (4:23) 8. 매기의 추억 (3:29) 9. 연가 (4:06)  

◆ “성악가 못지않은 ‘히든 보이스’ 수강생들 열정, ‘우리나라가 이정도 수준 됐구나’ 생각”  

김은경을 수식하는 단어는 성악가, 소프라노 외에도 다양하다. 그는 현재 백석예술대학 교수로,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성악 프로그램인 ‘히든 보이스’의 강사로, 그리고 비영리봉사단체 ‘마노아마노’ 대표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3년이 넘게 해오고 있는 ‘히든 보이스’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김은경’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해당 강좌에서 높은 재수강률을 자랑하며 ‘인기강사’로 통하는 김은경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노래의 즐거움’을 가르치고 있다.

“성악과 학생들을 가르칠 때랑 ‘히든 보이스’ 수강생들을 가르칠 때는 확실히 달라요. 물론 에너지가 다르다는 건 아니지만, 성악가 학생들한텐 ‘음악을 어떻게 읽어야 되는가’를 가르치고 ‘히든 보이스’ 수강생들에게는 ‘음악을 어떻게 즐기느냐’를 가르쳐요.”  

‘히든 보이스’에서 김은경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보첼리’. ‘칼라스’ 등 유명 성악가나 오페라 주인공의 이름을 지어준다. 여기엔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히든 보이스’엔 주부들부터 사회적 지위가 있으신 분들까지 다양하게 오세요. 그런 부분에서 편견을 갖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누구는 ‘보첼리’가 되고, 누구는 ‘칼라스’가 되는 거죠. 저는 그렇게만 알아요.(웃음)”  

김은경은 수강생들을 위해 전문적인 가곡들도 커리큘럼에 포함시킨다. 수강생들은 김은경의 지도아래 독일어나 프랑스어의 딕션부터 시작해 노래와 관련된 히스토리 등을 배우며 꽤 수준급의 곡들을 한 학기만에 얼추 비슷하게 해낸다. 그리고 학기 마지막에 여는 콘서트에서는 단 몇 마디를 부르기 위해 정성껏 무대를 준비한다. 이게 김은경이 ‘히든 보이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수강생들의 열정은 그 어느 성악가보다 높아요. 수강생들이 스스로를 대견해 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단지 한 시간이지만 그 자체로 뿌듯하더라고요. 노래를 사랑하고, 본인의 인생을 즐기면서 삶을 영유해 나가는 수강생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이정도 수준이 됐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정말 재밌어요.”

▲ 소프라노 김은경 [사진 = ‘(주)유니버설뮤직’ 제공]

김은경은 ‘히든 보이스’ 외에도 ‘마노아마노’를 통해 문화소외계층에 꾸준히 예술봉사를 나서고 있다. 약 4년 전, 음악봉사를 원하는 팬들의 뜻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시작하게 된 ‘마노아마노’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콘셉트로 한다.

또한 열악한 환경 때문에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고의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이 직접 찾아가 가장 좋은 연주를 선보이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마노아마노’ 설립 당시 김은경은 직접 연주자들을 섭외하고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엔 과일바구니며 커피며 사갖고 가서 ‘한번만 도와 달라’면서 부탁했죠. 제 부탁으로 한번 오신 분들은 첫 곡과 두 번째 곡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아 다음에 ‘나 또 언제 가니?’ 하세요.(웃음)”

김은경의 노력으로 자주 참여하는 음악가들은 점차 늘어갔다. KBS교향악단 단원들과 고성현 바리톤, 신동원 테너, 김영환 테너, 故 김대원 플루티스트, 김영률 호르니스트 등은 자주 봉사에 참여해 주는 고마운 음악가들이다.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 최고의 연주자들이 선사하는 음악으로 편견을 깨고 감동을 나누는 거죠. 저희 연주를 관객들이 또 듣고 싶어 한다면 그건 곧 희망의 메시지고 또 꿈이 생긴다는 의미기 때문에, 작지만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 “클래식은 ‘잘 차린 밥상’. 좋은 밥상을 받으시라는 거죠, 두려워하지 마시고”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은 여전히 ‘어려운 음악’으로 통한다. 김은경에게 ‘소프라노’에 대한 쉬운 설명을 부탁하니 “여성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음, 높은 음정을 주로 내는 가수죠. 여자라면 누구나 연습하면 다 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또한 김은경은 클래식이 갖는 매력에 대해서도 굉장히 쉬운 관점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클래식은 ‘정말 잘 차린 밥상’ 같은 음악이에요. 물론 한 끼 라면을 먹을 수도 있고, 떡볶이도 먹을 수 있죠. 그런데 클래식은 10년 된 장과, 5년 된 장아찌, 우리나라 특산물로 만든 반찬과 명인이 만든 김치, 뭐 이런 걸 올린 밥상과 같은 거죠. 한 성악가가 탄생하기 위해 10년, 20년 공을 들여요. 그 공을 들여 여러분들한테 음악을 선사하는 거거든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잘 차려진 음식이 싫지 않잖아요. 저희가 대접을 하려고 하는데, 그 대접을 부담스럽다고 마다하시는 거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에요. 그냥 즐기시면 되는 거예요. 좋은 밥상을 받으시라는 거죠, 두려워하지 마시고.”

오랜 기간 소프라노로서 입지를 다져온 김은경은 “제가 못하는 것도 많이 보이고, 잘하고 훌륭하신 분들도 너무 많아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아직도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라고 덧붙인 김은경은, 다만 무대에 서는 예전과 현재의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예전엔 정말 잘하려고, 멋져 보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음악으로 느끼는 감동을 사람들도 같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공감의 개념이 많아진 거죠. 좀 철이 들었나?(웃음)”

▲ 소프라노 김은경 [사진 = ‘(주)유니버설뮤직’ 제공]

◆ “따뜻한 목소리로 위안을 주는 사람. 먼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람이었으면”

김은경은 여전히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못해도 매일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는 연습에 매진한다. 특히 목을 위해선 심신의 안정에 집중하는 편이다. 화를 내거나 기분 나쁜 일, 소리를 지르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또 꾸준하게 하는 운동도 그가 목소리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다. 더불어 김은경은 소프라노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가 국립오페라단에 데뷔한 게 30대 후반이었어요. 당시 TV에 많이 나올 때였는데도 이미 본인의 영역이 있는 성악가가 오디션을 본다니까 성악계에선 조금 ‘웃긴 일’로 받아들여졌죠. 30대 중반에 본 국립오페라단에서 오디션에 떨어지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30대 후반에 다시 오디션을 봤어요. 또 떨어졌죠. 그러다 전화가 왔는데, ‘원하는 역이 아닌 다른 역으로 오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렇게 국립오페라단과 오페라를 하기 시작했고, 서울시오페라단에서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에서 타이틀롤을 맡을 수 있었어요. 근데 그때 단장님께서 ‘야, 나는 김은경이 다시 올 줄 몰랐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가 부족했으니 안 뽑혔을 것이고, 전 그걸 인정하고 이후에 부족한 부분이 채워졌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더니 ‘난 널 존경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저는 최대 찬사였던 것 같아요.

“저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에요, 특별한 천재적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노래를 할 수가 없어요. 대신 저는 그냥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인정을 해 주건 안 하건 계속 했어요. 그리고 1등을 못해 본 것 때문에 레슨도 계속 받았고요. 꾸준히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너무 단기간에 이루려고 하지 말고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음악을 사랑하면서 꾸준하게 한다면 기회는 오는 거니까요.”  

소프라노 김은경의 목소리는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의 중간음역에서 편안하고 풍성한 음색을 내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음과 음 사이를 원활하게 연주해야 하는 레가토를 부드러운 호흡으로 소화하는 것 또한 소프라노 김은경의 장점이다. 김은경은 본인이 가진 이런 편안하고 부드러운 보이스만큼이나 따뜻한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따뜻한 목소리로 위안을 주는 사람. 먼 사람이 아니고 가까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가까운 사람.”  

▲ 소프라노 김은경 [사진 = ‘(주)유니버설뮤직’ 제공]

[취재후기] 기자는 김은경에게 세 번 반했다. 처음엔 음반을 듣고 그 감성에 반했고, 두 번째론 예쁜 외모에 반했다. 그리고 세 번째론 그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화통한 성격에 반했다. 

어떠한 음악과 작품이든, 그에 담긴 얘기를 알고 난 뒤 감상하면 마음에 이는 감동이 더욱 크기 마련이다. 김은경의 이번 앨범은 서정적인 감성과 애틋한 가사들이 어우러져 가슴을 아리게 하는 따듯한 감동을 전한다. 기자의 소감이다.  

유명대중가수들의 가요들만 온라인 음악서비스에 등록돼 있는 게 아니다. CD구입에 흔쾌히 손이 가지 않는 독자들은 누구나 손쉽게 찾아들을 수 있는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통해 김은경의 ‘아름다운 시절’을 느껴보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찬란했던 ‘그때 그 시절’의 기억에 눈시울을 붉힐 독자가 분명히 있을 것임에 단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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